▎VOCA DECK — EXAM DESIGN

시험별 단어장 설계 전략

최종 수정: 2026-07-14 · 작성: Y-Systems

단어 3,000개를 외운 사람이 수능 영어는 1등급인데 토익 Part 5에서 계속 틀립니다. 토익 900점인 사람이 토플 스피킹에서 아무 단어도 못 꺼냅니다. 단어를 덜 외워서가 아닙니다. 시험이 요구하는 어휘 능력이 애초에 다른 종류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그 “다른 종류”가 정확히 무엇인지 분해하고, 그에 따라 CSV 카드의 앞면과 뒷면을 시험마다 다르게 설계합니다.

결론부터 — 시험별 카드 형태 한 장 요약

긴 글입니다. 그래서 결론을 먼저 놓습니다. 아래 표의 각 행은 이 글의 해당 절로 바로 이어집니다. 지금 준비하는 시험의 행만 읽어도 됩니다.

시험핵심 요구카드 앞면카드 뒷면
수능 영어 문맥 추론 (인지) 영단어 하나 대표 뜻 하나. 여러 뜻 나열 금지
토익 콜로케이션 (덩어리) 구(phrase) 통째로 구의 뜻 + 오답 유발 단어
토플 · IELTS 산출 (말하기·쓰기) 한국어 뜻 (방향 반전) 영단어 + 어형 변화
HSK 성조 · 한자 형태 한자만 (괄호 금지) (병음) 뜻 — 괄호가 핵심
공무원 · 편입 기출 빈도 (내 오답) 영단어 하나 뜻 + 내가 틀린 이유

이 표가 이상해 보인다면 — 특히 “HSK 앞면에 괄호 금지”가 뜬금없어 보인다면 — 그 이유는 HSK 절에 있습니다. VOCA DECK의 음성 읽기가 괄호를 특별하게 취급하기 때문이고, 이걸 모르면 중국어 카드가 조용히 망가집니다.

어휘 능력은 하나가 아니다 — 네 개의 축

“영어 단어를 안다”는 말은 실은 네 가지 서로 다른 능력을 뭉뚱그린 표현입니다. 시험은 이 중 일부만 골라서 측정합니다. 어느 축을 재는지가 곧 카드 설계도입니다.

축 1 — 인지(recognition) ↔ 산출(production)

mitigate를 보고 “완화하다”가 떠오르는 것과, “완화하다”를 표현하려는 순간 mitigate가 튀어나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능력입니다. 앞이 인지, 뒤가 산출입니다. 그리고 인지를 아무리 쌓아도 산출은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읽기·듣기만 있는 시험은 인지만 요구하고, 말하기·쓰기가 있는 시험은 산출을 요구합니다.

이 축은 카드에서 방향으로 나타납니다. 단어,뜻이냐 뜻,단어냐. 이 한 글자 차이가 난이도를 몇 배로 바꿉니다.

축 2 — 낱말(word) ↔ 덩어리(chunk)

reservation의 뜻을 알아도 make a reservation인지 do a reservation인지는 모를 수 있습니다. 어떤 동사가 어떤 명사와 붙어 다니는가 — 이걸 콜로케이션(연어)이라 합니다. 낱말의 뜻과는 별개의 지식이고, 뜻을 안다고 절대 유도되지 않습니다.

이 축은 카드에서 앞면의 단위로 나타납니다. 앞면에 단어 하나를 놓느냐, 구를 통째로 놓느냐.

축 3 — 철자(form) ↔ 소리(sound)

영어는 철자만 알아도 대충 굴러갑니다. 하지만 중국어에서 성조를 빼면 그 단어는 다른 단어입니다. mā(妈, 엄마)mà(骂, 꾸짖다)는 철자가 같고 소리만 다른 두 단어가 아니라, 애초에 다른 단어입니다. 소리를 뺀 카드는 카드의 절반이 비어 있는 셈입니다.

이 축은 카드에서 TTS 설정으로 나타납니다. 어떤 시험에서는 음성이 선택이고, 어떤 시험에서는 음성이 없으면 카드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축 4 — 범용 빈도 ↔ 시험 빈도

영어 전체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와, 이 시험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는 다른 집합입니다. invoice, reimbursement, itinerary는 일상 회화에선 잘 안 쓰지만 토익에선 반복해서 나옵니다. 반대로 공무원 영어에는 일상에서 거의 안 쓰는 고난도 어휘가 나옵니다.

이 축은 카드에서 “무엇을 덱에 넣을 것인가”, 즉 선별 기준으로 나타납니다. 시판 5,000단어 목록을 통째로 넣는 것이 왜 대부분 실패하는지가 여기서 설명됩니다.

네 축이 곧 카드의 네 부분입니다.
축 1(인지/산출) → 방향 · 축 2(낱말/덩어리) → 앞면 단위 · 축 3(철자/소리) → TTS · 축 4(빈도) → 선별 기준.
시험이 어느 축에 무게를 두는지 알면, 카드는 저절로 결정됩니다.

수능 영어 — 왜 가장 단순한 카드로 충분한가

수능 영어는 거의 전부 읽기입니다. 그리고 읽기에서 모르는 단어를 만났을 때, 수험생은 그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복원할 필요가 없습니다. 문장이 굴러가는 방향만 알면 됩니다.

다음 문장에서 curtail을 모른다고 해봅시다.

Faced with a shrinking budget, the city had to curtail
several public programs it had launched the year before.

shrinking budget(줄어드는 예산)이라는 앞 정보와 had to라는 강제성만 잡으면, curtail“줄이다·축소하다” 계열이라는 건 문장이 알려줍니다. “삭감하다”인지 “중단하다”인지 “축소하다”인지 정확히 구분할 필요가 없습니다. 선택지에서 요구하는 건 그 정도 해상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능 대비 카드의 원칙은 “해상도를 올리지 말고 개수를 늘려라”입니다. 한 단어에 뜻 다섯 개를 붙여 완벽하게 만들려 애쓰는 시간에, 대표 뜻 하나짜리 카드를 다섯 배 더 만드는 편이 점수에 직결됩니다.

다의어를 다루는 방식 — 앞면을 건드리지 마세요

문제는 다의어입니다. 수능 지문에서 address는 “주소”가 아니라 “(문제를) 다루다”로 훨씬 자주 나옵니다. subject는 “주제”보다 “~을 받기 쉬운”이, sound는 “소리”보다 “타당한”이 함정으로 쓰입니다.

이때 많은 사람이 앞면에 표시를 답니다 — address (문제) 같은 식으로. VOCA DECK에서는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앞면에 괄호가 있으면 음성 읽기가 괄호 안의 내용만 읽습니다. 화면엔 address (문제)가 보이는데 스피커에선 “문제”라는 한국어만 나옵니다. (원래 일본어 후리가나를 읽히려고 만든 규칙인데, 모르고 쓰면 이렇게 역효과가 납니다. 이 규칙의 올바른 활용법HSK 절에서 다룹니다.)

해법은 앞면을 건드리지 말고, 2순위 뜻이 필요한 단어는 아예 구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러면 괄호 문제도 사라지고, 덤으로 문맥까지 함께 외워집니다.

curtail,축소하다 · 줄이다
address the issue,문제를 다루다
be subject to,~을 받기 쉽다 · ~에 종속되다
a sound argument,타당한 논거
compromise,타협하다 · (질을) 손상시키다
prone,~하기 쉬운
lucrative,수익성 좋은

앞면은 영어, 괄호 없음. 뒷면은 대표 뜻 하나, 길어야 두 개. TTS는 켜도 되고 꺼도 됩니다 — 수능은 듣기 배점이 있지만, 그 듣기는 문장 수준이지 단어 수준이 아니라 단어 카드로 대비할 영역이 아닙니다. 수능 카드는 이 글에서 가장 단순한 카드입니다. 그게 맞습니다.

토익 — 단어를 다 아는데 왜 틀리는가

토익 Part 5에서 가장 억울한 오답 유형이 있습니다. 선택지 네 개의 뜻을 전부 아는데 틀리는 것. 이건 어휘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토익이 재는 게 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토익이 재는 건 “이 단어가 어떤 단어와 붙어 다니는가”입니다.

오답 해부 ① — 뜻은 맞는데 짝이 아닌 경우

The manager will _______ a meeting with the new client.
(A) arrange   (B) organize   (C) prepare   (D) settle

네 단어 모두 “준비하다·정리하다” 언저리로 외운 사람은 여기서 20초를 버리고 결국 찍습니다. 뜻만 외웠기 때문입니다. arrange a meeting은 굳어진 짝이고, prepare a meeting은 어색합니다(prepare for a meeting이라야 자연스럽습니다). 이 차이는 뜻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짝으로 외우지 않으면 알 방법이 없습니다.

오답 해부 ② — 전치사가 정답을 결정하는 경우

All prices are subject _______ change without prior notice.
(A) for   (B) to   (C) of   (D) with

subject를 “~을 받기 쉬운”으로 외운 사람도 여기서 막힙니다. 정답은 be subject to라는 덩어리를 통째로 알고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단어 카드로는 절대 안 잡히고, 구 카드로는 한 번에 잡힙니다.

오답 해부 ③ — 명사 하나가 문서 유형을 결정하는 경우

Part 7 지문에서 reimbursement가 나오면 그건 경비 정산 문서입니다. itinerary가 나오면 출장 일정표입니다. tenant가 나오면 임대 관련입니다. 이 단어들은 뜻만 알면 되는 게 아니라, “이 단어가 등장하면 이런 상황”이라는 도메인 지식을 함께 달고 있어야 지문 파악 속도가 붙습니다.

그래서 토익 카드는 앞면이 단어가 아니라 “구”여야 합니다.
reservation,예약 ← 이 카드는 토익에서 거의 쓸모가 없습니다.
make a reservation,예약하다 ← 이 카드가 문제를 풉니다.

토익 카드 예시

앞면에 구를 통째로 넣고, 뒷면에 “함정 단어”까지 적어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내가 헷갈렸던 오답 선택지를 같이 적어두면, 다음에 그 선택지를 만났을 때 즉시 걸러집니다.

arrange a meeting,회의를 잡다 (prepare 아님 — prepare FOR a meeting)
place an order,주문하다 (do an order 아님)
meet the deadline,기한을 맞추다 (keep 아님)
be subject to change,변경될 수 있다 (전치사 to 고정)
in accordance with,~에 따라 · ~에 부합하게 (규정·절차 문맥)
take effect,(규정이) 발효되다
on a regular basis,정기적으로
reimbursement,경비 환급 (등장하면 정산 문서)
itinerary,출장 일정표 (등장하면 여행·출장 문맥)
complimentary,무료의 (complementary 보완적인 과 혼동 주의)

여기서 뒷면 괄호는 안전합니다. 뒷면 음성 읽기는 괄호 안을 지우고 읽기 때문입니다 (앞면과 정반대 규칙입니다). 즉 회의를 잡다 (prepare 아님 — ...) 카드는 화면엔 함정 메모가 다 보이고, 소리로는 “회의를 잡다”만 깨끗하게 나옵니다. 토익 카드에서 뒷면 괄호를 적극적으로 쓰세요.

위 예문들은 실제 시험 문항을 인용한 것이 아니라 출제 유형을 재현한 자작 예시입니다. 공식 문항의 저작권은 주관 기관에 있습니다.

토플 · IELTS — 방향을 뒤집으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토플과 IELTS에는 말하기와 쓰기가 있습니다. 이 한 가지 사실이 단어장 설계를 통째로 바꿉니다. 읽기 시험에서는 단어가 화면에 먼저 나타나고, 나는 그것을 알아보기만 하면 됩니다. 말하기 시험에서는 아무도 단어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내 머릿속에서 꺼내야 합니다.

그래서 카드 방향을 뒤집어야 합니다. 단어,뜻이 아니라 뜻,단어로. 이건 훨씬 어렵습니다. 정직하게 말하면, 같은 단어 100개라도 뜻→단어 방향은 단어→뜻 방향보다 훨씬 오래 걸리고 훨씬 자주 실패합니다.

그런데 그 어려움이 정확히 시험이 재는 것입니다.
쉽게 넘어가는 카드는 산출 능력을 만들지 않습니다. 떠올리려다 실패하는 그 순간의 인지적 노력이 기억을 만드는데, 단어→뜻 방향에는 그 순간이 거의 없습니다. 뜻→단어 방향에는 매 카드마다 있습니다.

산출 카드는 뒷면이 하나가 아니다

말하기·쓰기에서 단어를 꺼내려면 그 단어의 어형까지 함께 나와야 합니다. “완화하다”를 떠올려 mitigate를 꺼냈는데, 쓰기에서 필요한 건 mitigation measures라는 명사형일 수 있습니다. 동사만 외운 사람은 여기서 문장을 못 끝냅니다.

그래서 토플·IELTS 카드의 뒷면에는 단어 + 어형 변화 + 쓰임이 함께 들어갑니다. 뒷면이 길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이 시험에서는 뒷면이 곧 산출 재료입니다.

완화하다 · 덜어주다,mitigate — mitigation (n.) / mitigating factors
악화시키다,exacerbate — exacerbate the problem
입증하다 · 뒷받침하다,substantiate — substantiate a claim with evidence
널리 퍼진,prevalent — prevalence (n.) / be prevalent among
~에 기인하다,be attributed to — attribute A to B
결정적인 · 중대한,pivotal — play a pivotal role in
반면에 (대조 연결),whereas / conversely — 에세이 대조 문단 시작
결론적으로,in conclusion / to sum up — 스피킹 마무리 신호어

마지막 두 카드를 보세요. 단어가 아니라 “연결어”입니다. 토플·IELTS 라이팅에서 점수를 만드는 건 어려운 단어가 아니라 문단을 구조로 만드는 신호어입니다. 이런 건 시험 대비 단어장에만 들어갑니다. 수능 단어장엔 절대 안 들어갑니다. 이게 “시험별 설계”의 의미입니다.

방향을 뒤집으면 음성 설정도 뒤집어야 합니다

여기서 사람들이 놓치는 실무 하나. 방향을 뒤집으면 앞면이 한국어가 됩니다. VOCA DECK은 앞면과 뒷면의 음성 언어를 따로 설정합니다. 기본값 그대로 두면 앞면(한국어)을 외국어 음성으로 읽으려다 뭉갭니다.

고급 설정에서 앞면 언어를 한국어로, 뒷면 언어를 영어로 바꿔야 합니다. 앞면·뒷면의 속도(0.5~2.0배)와 음량도 각각 조절되니, 뒷면(영어) 속도를 조금 늦추면 산출 연습에 도움이 됩니다. 방향만 뒤집고 음성 설정을 안 바꾸면 카드가 반쪽만 작동합니다.

HSK — 소리가 빠지면 카드가 성립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시험은 TTS가 있으면 좋은 것이었습니다. HSK는 다릅니다. 중국어는 성조가 단어의 일부입니다. 성조 없이 외운 mai买(사다, mǎi)인지 卖(팔다, mài)인지 알 수 없습니다. 정반대 뜻입니다. 소리를 뺀 중국어 카드는 틀린 카드입니다.

그래서 HSK 카드는 TTS를 켜는 것이 선택이 아니라 전제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VOCA DECK의 괄호 규칙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모르면 카드가 조용히 망가집니다.

괄호 규칙 — 앞면과 뒷면이 정반대다

위치괄호를 만나면결과
앞면 괄호 안의 내용만 읽는다 美しい(うつくしい) → “うつくしい”만 읽음
뒷면 괄호 안을 지우고 읽는다 (dǎ zhé) 할인하다 → “할인하다”만 읽음

이 규칙은 원래 일본어 한자 읽기(후리가나)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앞면에 美しい(うつくしい)라고 쓰면 화면엔 한자가 보이고 음성은 정확한 읽기를 들려줍니다. JLPT 대비라면 이 규칙을 그대로 쓰면 됩니다.

그런데 중국어에 그대로 쓰면 망가집니다

일본어에서 통했으니 중국어에도 똑같이 하면 되겠지, 하고 이렇게 만드는 사람이 많습니다.

打折(dǎ zhé),할인하다        ← ✗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결과는 이렇습니다. 앞면 규칙에 따라 음성은 괄호 안의 dǎ zhé 읽습니다. 그런데 dǎ zhé한자가 아니라 로마자입니다. 중국어 음성 엔진에 로마자를 던지면 성조가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아예 알파벳을 하나씩 읽어버립니다. 중국어를 배우려고 켠 TTS가 중국어를 안 읽는 상태가 됩니다. 그리고 이걸 대부분 눈치채지 못한 채 몇 주를 씁니다.

HSK 최적 카드 — 병음을 뒷면 괄호로 보내라

정답은 병음을 앞면에서 빼서 뒷면 괄호 안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그러면 두 규칙이 동시에 나를 도와줍니다.

打折,(dǎ zhé) 할인하다 — 打折商品 할인 상품
环境,(huán jìng) 환경 — 保护环境 환경을 보호하다
提供,(tí gōng) 제공하다 — 提供服务 서비스를 제공하다
差不多,(chà bu duō) 거의 비슷하다
接受,(jiē shòu) 받아들이다 (接收 수신하다 와 구별)
买,(mǎi) 사다 — 3성
卖,(mài) 팔다 — 4성 · 买와 정반대

이 카드가 재생될 때 실제로 일어나는 일:

눈은 병음을 보고, 귀는 한자 발음을 듣고, 뜻은 한국어로 확인합니다. 괄호 규칙 하나를 반대로 아느냐 제대로 아느냐가 이 차이를 만듭니다. 당연히 고급 설정에서 앞면 음성 언어를 중국어로 지정해야 합니다.

정직하게 — 한자 쓰기는 이 도구로 안 됩니다

HSK 급수가 올라가면 쓰기(작문) 영역이 포함되고, 병음 없이 한자만 제시됩니다. 그러면 요구 능력에 “한자를 직접 써내는 능력”이 추가됩니다.
화면을 보는 깜빡이 방식으로는 이걸 만들 수 없습니다. 획순도, 손의 기억도 생기지 않습니다. 쓰기가 필요한 급수라면 카드 암기와 별개로 손으로 쓰는 연습을 반드시 따로 해야 합니다. 이 도구가 커버하는 건 인지와 발음까지입니다. 그 이상을 약속하지 않겠습니다.

한 가지 더. VOCA DECK의 음성은 브라우저에 내장된 음성 엔진을 그대로 씁니다. 그래서 기기와 브라우저에 따라 중국어 음성이 아예 설치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HSK 덱을 만들기 전에 카드 한두 장으로 소리가 실제로 나는지 먼저 확인하세요. 안 난다면 그 기기에서는 HSK 덱이 제 역할을 못 합니다. 다른 기기나 브라우저를 쓰셔야 합니다.

공무원 · 편입 — 단어장을 “만드는” 게 아니라 “추출하는” 것

앞의 네 시험은 카드의 형태가 쟁점이었습니다. 공무원·편입은 다릅니다. 여기서 쟁점은 덱에 무엇을 넣느냐입니다. 카드 형태는 수능과 거의 같은 단어,뜻인데, 단어를 고르는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 시험군의 특징은 기출이 압도적으로 많고, 어휘가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수험생이 여기서 같은 실수를 합니다 — “공무원 영단어 5,000” 같은 시판 단어장을 1번부터 순서대로 외우기.

이게 왜 실패하냐면, 그 5,000개 중 내가 이미 아는 단어가 절반이기 때문입니다. 아는 단어를 넘기는 데 쓰는 시간이 학습의 절반을 잡아먹습니다. 아는 단어를 100번 보는 것보다 모르는 단어를 10번 보는 게 낫습니다.

추출 절차 — 오답 로그가 곧 단어장이다

  1. 기출을 먼저 푼다. 단어장을 외우고 기출을 푸는 게 아니라, 기출을 풀고 단어장을 만듭니다. 순서가 반대입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2. 막힌 단어만 적는다. 지문을 읽다가 손이 멈춘 지점, 선택지에서 찍은 지점. 그 단어만 목록에 넣습니다. 회독 한 번에 30~50개면 충분합니다.
  3. 왜 막혔는지를 함께 적는다. 이게 이 시험군만의 카드 설계입니다. 뜻을 몰랐는지, 뜻은 알았는데 다른 뜻으로 알고 있었는지, 뜻은 맞는데 전치사를 놓쳤는지. 실패의 종류가 다르면 대비법도 다릅니다.
  4. 두 번 이상 틀린 단어에 표시한다. 회독을 거듭하면 계속 틀리는 20~30개가 정체를 드러냅니다. 여기가 진짜 점수 구간입니다.

공무원 · 편입 카드 예시

ubiquitous,어디에나 있는 (3회독 모두 오답)
redundant,불필요한 · 정리해고된 (두 번째 뜻을 몰라 오답)
abstain,삼가다 · 기권하다 (abstain FROM — 전치사 놓침)
tenacious,집요한 · 끈질긴
exacerbate,악화시키다 (aggravate와 동의 — 함께 나옴)
scrupulous,꼼꼼한 · 양심적인 (unscrupulous 부도덕한 도 함께)
alleviate,완화하다 (relieve · mitigate 와 동의어군)
inadvertently,무심코 · 우연히 (부사형 함정)

뒷면 괄호에 “내가 왜 틀렸는지”가 들어가는 게 보이시죠. 이 괄호는 음성으로는 읽히지 않고 화면에만 뜹니다. 그래서 뜻은 소리로 깔끔하게 들으면서, 실패의 기억은 눈으로 다시 밟게 됩니다.

이 덱의 진짜 가치는 크기가 작다는 데 있습니다.
기출 3회독에서 추출한 150~200개짜리 덱이, 시판 5,000단어 목록보다 점수에 더 직접적입니다. 전자는 내가 실제로 틀린 문항에서 나온 단어이고, 후자는 누군가가 “나올 것 같다”고 모아 놓은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덱을 다른 시험에 재활용하면 무엇을 잃는가

“수능 때 만든 덱이 있는데 토익에 그대로 쓰면 안 되나요?” 쓸 수는 있습니다. 다만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지는지는 알고 쓰세요.

이식살아남는 것죽는 것
수능덱 → 토익 기본 어휘 인지. 지문 해독 속도 콜로케이션 전부. 낱말 카드는 Part 5 어휘 문제를 못 잡습니다. 비즈니스 어휘(invoice·itinerary)도 없습니다
토익덱 → 토플 구 단위 감각. 격식체 어휘 산출 능력 전부. 방향이 단어→뜻이라 말하기·쓰기에서 아무것도 안 꺼내집니다. 학술 어휘도 부족합니다
수능덱 → 공무원 어휘의 절반 정도(추정). 카드 형태는 동일 고난도 어휘층. 그리고 “내 오답”이라는 선별 기준이 없어 아는 단어가 잔뜩 섞입니다
영어덱 → HSK 없음 전부. 언어가 다르면 재활용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위 표에서 “절반 정도”는 어림값이고 사람마다 크게 다릅니다. 숫자를 믿지 마세요. 믿어야 할 건 방향입니다 — 이식할 때 죽는 것은 언제나 “그 시험 고유의 축”입니다. 수능덱에 콜로케이션이 없는 건 우연이 아니라, 수능이 콜로케이션을 안 재기 때문에 애초에 안 넣은 것입니다.

현실적인 권고: 덱을 통째로 재활용하지 말고 두 층으로 나누세요. 기본 어휘층(시험이 바뀌어도 유효한 낱말 카드)은 그대로 두고, 시험 고유층(콜로케이션·산출 방향·기출 오답)은 시험마다 새로 만듭니다. 덱을 작게 쪼개두면 이 분리가 훨씬 쉬워집니다.

그래서 내 카드는 어떤 모양이어야 하나 — 네 개의 질문

시험 이름을 몰라도 됩니다. 아래 네 질문에 답하면 카드 형태가 나옵니다. 목록에 없는 시험(JLPT·텝스·G-TELP·자격증 용어 암기 등)도 이 절차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질문 1 — 내가 이 단어를 “꺼내야” 하는가, “알아보기만” 하면 되는가

말하기·쓰기(주관식 서술 포함)가 있으면 꺼내야 합니다 → 뜻,단어 방향.
읽기·듣기·객관식뿐이면 알아보면 됩니다 → 단어,뜻 방향.
둘 다 필요하면 같은 단어로 두 개의 덱을 만드세요. 한 카드에 양방향을 담을 수는 없습니다.

질문 2 — 오답이 “뜻”에서 갈리는가, “짝”에서 갈리는가

기출을 5문항만 뜯어보면 압니다. 선택지의 뜻이 서로 다르면 → 낱말 카드로 충분.
선택지의 뜻이 다 비슷한데 하나만 자연스러우면앞면을 구로 만드세요. 토익이 이 경우고, 수능은 아닙니다.

질문 3 — 소리가 뜻을 바꾸는 언어인가

중국어(성조), 일본어(같은 한자 여러 읽기) → TTS 필수 + 괄호 규칙 설계.
영어 → TTS는 보조. 있으면 좋고 없어도 카드는 성립합니다.
이 질문에 “예”라면, 덱을 만들기 전에 기기에서 소리가 나는지부터 확인하세요.

질문 4 — 단어를 어디서 가져올 것인가

기출이 많고 반복되는 시험(공무원·편입·각종 자격시험) → 기출 오답에서 추출. 시판 목록 금지.
범위가 넓고 지문이 매번 새로운 시험(수능·토플) → 빈출 어휘 목록으로 바닥을 깔되, 내가 실제로 막힌 단어를 계속 덧붙이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네 답을 이어 붙이면 그게 당신의 카드입니다.
예) “꺼내야 함 + 짝에서 갈림 + 소리 무관 + 기출 추출”앞면에 한국어 상황, 뒷면에 영어 구 + 어형, 기출 오답에서만 수집. 이런 조합은 어떤 시판 단어장에도 없습니다. 당신만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글이 하지 못하는 것 — 정직한 한계

지표를 파는 글보다 한계를 적은 글이 낫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적습니다.

① 다섯 시험이라는 분류 자체가 거칠다

같은 시험 안에서도 파트마다 요구가 다릅니다. 토익 LC는 소리를 요구하고 RC는 을 요구합니다. IELTS는 Academic과 General의 어휘층이 다릅니다. 이 글의 다섯 칸은 출발점이지 정답표가 아닙니다. 결국 네 개의 질문을 본인 기출에 직접 적용해야 합니다.

② 어휘를 다 외워도 점수는 안 나올 수 있다

단어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시간 관리, 문법, 논리 구조, 문제 유형 훈련, 듣기에서의 청해 속도 — 단어장이 손댈 수 없는 영역이 점수의 상당 부분입니다. 단어장에 100%를 걸지 마세요. 단어장은 병목을 푸는 도구이지, 시험을 푸는 도구가 아닙니다.

③ 이 도구가 못 하는 것이 분명히 있다

④ 시험 형식은 바뀐다

이 글에 적힌 시험별 특성은 글을 쓰는 시점의 일반적인 출제 경향에 대한 저희 판단입니다. 출제 기관은 형식·배점·영역 구성을 바꿉니다. 반드시 지원하려는 시험의 공식 요강을 직접 확인하세요.

고지 — 이 글은 학습 방법에 대한 제안이며, 특정 점수나 합격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VOCA DECK과 이 글은 어떤 시험 주관 기관과도 무관하며, 공식 교재나 공인 자료가 아닙니다. 본문의 문항 형태는 출제 유형을 재현한 자작 예시이고 실제 시험 문항의 인용이 아닙니다. 학습 효과는 개인·기초 수준·투입 시간에 따라 크게 다릅니다. 최종적인 학습 계획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마지막 한 줄

단어장은 시험의 축소판이어야 합니다. 시험이 짝을 물으면 카드도 짝이어야 하고, 시험이 꺼내라 하면 카드도 꺼내게 만들어야 하고, 시험이 소리를 물으면 카드에서도 소리가 나야 합니다.

같은 단어 목록이라도, 어떤 시험이냐에 따라 카드의 앞뒷면은 달라야 합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은 30분입니다. 그 30분을 안 쓰면, 엉뚱한 능력을 몇 달 동안 정성껏 훈련하게 됩니다.

이어서 읽기